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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베어] 멀어진 내집 꿈, 차라리 내일보다 오늘에 투자…‘집’보다 ‘방’이다.- 경향신문 BY 더가든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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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멀어진 내집 꿈, 차라리 내일보다 오늘에 투자…‘집’보다 ‘방’이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6.02.05 21:07:53


서울 보광동 박지영·하유라씨 가족


30년 된 낡은 다세대주택을 셀프 인테리어로 아늑하게 꾸민 하유라씨가 지난 3일 방문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있다.

남편 박지영씨와 아들 주호군이 이 모습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다세대주택 밀집가. 재개발을 기다리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낡은 건물들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다. 박지영(38)·하유라(40)씨 부부와 아들 주호군(5)의 보금자리도 그곳에 있다.

30년 된 노후주택이지만 2억원의 돈으로 서울에서 40평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박씨 부부는 지난해 6월 이 집에

전세로 입주했다. 방 3개에 넓은 주방과 거실이 있고, 베란다와 옥상이 있는 집이다.

건물 4층에 있는 박씨 부부의 집은 현관문을 경계로 안과 밖이 전혀 다른 세상이다. 비좁은 계단을 올라 현관문을 열자 아늑하고

개성 넘치는 공간이 펼쳐졌다. 화사한 흰색 벽과 천장을 도화지 삼아 예쁜 그림과 공예품을 배치한 듯하다. 파란색의 슬라이드

격자 중문, 영국기 문양이 그려진 에어컨, 실용성이 돋보이는 목조가구들과 앙증맞은 각종 소품, 죽부인 등 생활용품을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의 LED 조명, 카페 분위기를 연출하는 영문 레터링…. 모두 부인 하씨가 DIY로 완성한 것이다.



하씨가 직접 싱크대와 소품을 만들고 치장한 부엌의 한켠. 아래 사진들은 아이방, 화장실, 침실.



부부가 전세계약을 할 당시만 해도 실내는 낡고 칙칙했다. 전 주인이 30년간 사용한 싱크대는 다 부서지고 욕실엔

세면대와 수도꼭지도 없었다. 하씨는 집주인 허락을 받은 후 셀프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다. 페인팅은 기본이고,

방문도 다 떼어내 리폼했다. 낡은 창엔 목조에 디자인을 입힌 덧창을 만들어 씌웠다. 안 쓰던 법랑 대야에 구멍을 뚫어

세면대를 만들고, 조명시설도 제작했다. 전문업체에 시공을 맡기면 최소 2000만원 이상 들어갈 비용을 10분의 1 가격으로

해결했다. 신발장, 그릇장, 심지어 아들의 2층 침대와 장난감도 손수 제작했다.





하씨는 인테리어업 종사자도, 미대 출신도 아닌 평범한 주부다. 그는 “2012년 아들이 폐렴으로 입·퇴원하면서

인터넷 정보에 의지해 직접 방의 곰팡이 제거 공사를 하고 페인팅을 한 게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전엔 집을 너저분하게 쓸 만큼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해보니 제 손으로 집을 꾸미는 재미와 보람이 크더라고요.

페인팅 등으로 계절마다 변화를 주다 보니 항상 새집에 사는 기분이에요.”





집이 근사해지자 남편의 귀가시간도 빨라졌다. 영화업에 종사하는 남편 박씨는 “집이 카페처럼 편하고 멋있게

바뀐 후로는 술도 밖이 아닌 집에서 마신다”며 “이런 공간에서 사는 것을 친구들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집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에게 집은 재테크 수단이었다.

나이와 소득수준에 따라 평수와 위치가 달라졌다. 잠깐 거쳐가는 곳인 데다 남에게 자주 노출되지 않는 공간인

탓에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곤 집 꾸미기에 무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자기 소유의 집은 물론 전셋집에도 자기만의 색깔로 치장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 결과 가구와 인테리어,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성장하고 인테리어 관련 서적과 온라인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내 방의 품격>(tvN), <헌 집 줄게 새집 다오>(JTBC) 등 방송사들도 ‘집방’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앞다퉈

방영하고 있다. 홈퍼니싱은 가구는 물론 커튼·벽지·침구·식기·소품 등으로 집안을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가구 판매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조원대를 돌파해 5조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도 2006년(12.2%) 이후

최고치인 7%에 달했다. 국내 가구업계 1위로 홈퍼니싱 산업에 적극 뛰어든 한샘의 경우 지난해 1조7122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년 대비 29.2%의 성장세를 보였다. 중저가의 조립식 가구를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 이케아도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패션, 문구업체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홈퍼니싱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다.

업계는 2018년 13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 꾸미기, 집 꾸미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온라인에서도 뜨겁다. 셀프 인테리어 전문 인터넷 카페인 ‘레몬테라스’ 회원은 2005년 1만명에서 올해 1월 287만여명으로 늘어났다. 10년 만에 280배나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네이버 이용자들이 가장 즐겨본 블로그도 인테리어와 미용, 살림과 관련된 콘텐츠였다. 왜 이런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일까.


■훗날 내집 마련보다 오늘의 행복 먼저

‘부동산 불패신화’가 깨진 데다 집값 자체가 높은 현실에서 집에 대한 목표가 달라졌다는 해석이 많다. 아파트 평수를 늘려 부(富)를 쌓는 시대가 저물자 ‘미래 대신 오늘’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집이 주요한 자산 증식 수단이었던 과거엔 한푼이라도 아껴서 훗날 내집 마련이나 규모 확장에 보태겠다는 양적 성장을 추구했다면, 그런 희망이 사라진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여건하에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쪽으로 관심사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소유가 아닌 셋집을 자비로 꾸미는 이들의 증가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내일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과거 세대와 달리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런 가치관이 집의 실소유주가 누구이든 1~2년간이라도 내가 머무는 집이라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최상의 쾌적한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욕구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소득 향상·1인 가구의 홈웰빙 욕구 증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고 주관적 행복감을 따지게 된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사례로 볼 때 통상적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에 육박하면 가구와 홈리빙 분야가 성장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용섭 소장은 “일본도 1인당 GDP가 3만달러대에 진입한 1992년부터 정원 가꾸기 용품이나 유럽식 인테리어 상품이 유행했고 이후 지금까지 홈퍼니싱 관련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정도로 지속적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배고파 먹는 데 신경 쓰던 시절을 지나 소득수준 향상으로 멋을 부려 먹는 시대가 되었듯이, 집도 이제는 잠만 자는 공간을 넘어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집 전체를 바꾸지 않더라도 정말 마음에 드는 식기, 벽시계 등의 소품으로 변화를 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부양가족이 적어 자신을 위한 투자를 많이 하는 1~2인 가구의 증가도 집 인테리어 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5일 근무제·얇아진 지갑도 영향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밤문화가 줄고, 주5일 근무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공간이 근사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공간에 대한 애착은 DIY 문화의 확대로도 이어진다. 노동시간이 짧은 스칸디나비아 지역 국가에선 일찍이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DIY 문화가 발달했다. 김 교수는 “시간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은 뭔가 직접 만드는 데 관심을 갖게 된다”며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 나노블록, 1000피스 퍼즐조각 맞추기, 퀼트, 색칠공부 등 집 안에서 손으로 하는 놀이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즉, 카페처럼 꾸민 집에서 놀이를 하며 힐링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12년 된 아파트로 이사해 드레스룸과 베란다만 빼고 DIY로 다 바꾼 우영하씨(33)는 “4살 연상의 회계사인 남편과 남편 친구들은 퇴근 후 회사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것보다 퇴근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중시한다. 남편은 거실에서 책을 보거나 아이를 돌보더라도 집이 카페처럼 꾸며져 있으니 굳이 밖에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된 데는 불황으로 얇아진 지갑과 경쟁을 부추기는 조직문화, 와해된 공동체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은 공동체문화가 단단하던 시절엔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지만 공동체가 와해된 경쟁사회에선 자신만의 공간에서 판타지를 추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난도 교수는 “불황은 소비문화에도 변화를 일으켜 생일상은 물론 장례까지 이제 웬만한 일은 직접 집에서 해결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SNS 통한 과시욕과 모방” “자기만족”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집 안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의 증가가 집 꾸미기 바람의 한 요인이라는 견해도 많다. 잘 꾸며진 타인의 공간을 본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투룸형 신혼집을 직접 인테리어했다는 세종시의 박홍미씨(31)도 “아무래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예쁜 집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자기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며 “친구들도 모이면 가구나 인테리어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SNS에 일상을 노출하는 게 유행이 되면서 집 안 사진을 올리는 것을 두고 한국인 특유의 ‘과시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SNS와 셀카가 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은 노출될 일이 거의 없는 집 안은 엉망으로 해놓으면서, 밖으로 드러나는 옷이나 자동차에는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다 SNS를 통해 보여주기가 가능해지자, 집 꾸미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전남일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 전공 교수는 “인터넷이나 잡지, SNS 등에서 소개하는 집들을 볼 때마다 사람도, 소품들도, 심지어 식탁의 음식까지도 연출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며 “이는 ‘보여주기’와 ‘실제’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큰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이중성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김용섭 소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SNS를 통해 노출하는 것은 일부이고 제한적일 뿐, 집 안에서 매일 보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라며 “과시보다는 자기만족이 더 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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